학대받은 아이, 거짓말에 쉽게 넘어간다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일반아동보다 거짓기억을 잘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영국발달심리학(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에 게재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의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4~12세 아동 127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험참가아동 중 21명은 물리적 혹은 성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은 아동학대와 연관된 기관들을 통해 모집했으며 아동의 부모 혹은 후견인으로부터 실험 참가에 대한 사전 승낙을 받았다.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실험군이라면 학대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대조군으로 이번 실험에 참여했다. 대조그룹에 속한 아이들은 중산층 거주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모집했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현재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부모와 후견인을 대상으로 아동이 현재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그룹이 대조군 아동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실험참가아동들을 대상으로는 거짓기억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특정 주제와 연관된 단어들이 나열된 목록을 나눠주고, 해당 단어들을 기억하고 있도록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목록을 제시한 뒤 앞서본 목록에 있던 단어와 동일한 단어, 또 새롭게 등장한 단어를 분류해보도록 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연구팀은 아이들에게 새롭게 등장한 단어 중 일부가 첫 번째 목록에도 있었던 것처럼 거짓 주장을 했다. 아이들이 이 같은 거짓말을 했을 때 이를 얼마나 잘 수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거짓말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자발적 거짓기억’을 형성하는지 평가한 것이다.

그 결과,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이 대조그룹 아동보다 거짓기억을 잘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실험 방법과 규모에 있어 한계점이 많기 때문에 학대 경험과 거짓기억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아동학대와 심리장애 사이의 상관성은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연구 분야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적어도 아동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기억력 형성에 특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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