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빨간색 음식을 좋아하도록 설계됐다

이탈리아 고등연구국제대학이 사이언틱 리포트(Scientific Reports)저널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인간은 음식을 선택할 때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음식 색깔을 보고 영양가와 칼로리량을 판단하는 ‘색깔 코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시각시스템은 숲이 울창한 밀림지대에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감지할 수 있도록 발달돼 있다. 사람은 ‘3색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빛을 감지하는 눈 영역인 망막에 세 가지 색깔에 우선 반응하는 광수용체가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무수히 다양한 색을 인식할 수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녹색과 붉은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후각에 의존하는 상당수의 동물과 달리 사람은 시각의존도가 높은 동물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을 선택할 때도 색깔을 보고 따지는 기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인공색소도 첨부하지 않은 천연식품은 푸른색일 때보다 빨갛게 익었을 때 대체로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사람의 시각시스템은 음식을 선택할 때 이 규칙을 적용한다. 본능적으로 빨간색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연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이나 조리된 음식을 볼 땐 어떨까. 똑같이 빨간색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일까.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은 붉은색 계열의 음식을 좋아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후천적 학습을 통한 식문화에 보다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천연재료를 요리하면 조리과정에서 열에 의해 재료 자체의 색상이 변하기도 하고 조미료에 물들어 색이 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이 같은 원리에 대해 학습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리된 음식에 대해선 초록색보다 빨간색이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요리된 음식은 색깔 규칙을 덜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허점도 있다. 음식과 더불어 먹을 수 없는 물체를 대상으로 한 색깔 선호도 실험도 함께 진행돼야 연구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만약 사람이 식재료뿐 아니라 먹을 수 없는 사물에 대해서도 녹색보단 빨간색이란 규칙이 적용된다면 연구팀의 이번 주장은 설득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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