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걸린 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재정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거나 사랑했던 사람과 사별하는 등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두 번 다시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절망감, 과연 극복할 수 있는 걸까.

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저널’에 실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주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이를 극복해낸다. 연구팀이 2만 명의 캐나다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주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252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주우울증은 우울한 감정, 집중력 저하, 식욕 및 성욕 감퇴, 과도한 수면 등과 같은 증상이 매일 나타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장애다.

이번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5명 중 2명은 현재 완벽하게 증상을 극복한 상태다. 주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기준은 1년 이상 정신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했을 땐 거의 매일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번 데이터자료가 우울증 환자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았다. 우울증에 굴복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도 정신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관한 이전 연구논문들은 주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을 완벽히 회복하게 된 배경요인을 찾는데 관심을 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말한 40%와 아직 우울증이 진행 중인 60%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설문내용 중 “나는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친밀한 사람이 있다”는 물음에 동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을 극복한 비율이 7배 높았다.

그 다음 중요한 요인은 수면의 질, 통증, 신체능력 등 3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체건강과 연관이 있는 이 세 가지는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삶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봤을 때 심리적 중재와 더불어 신체건강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병행돼야 정신건강을 회복하는데 유리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온다.

경제적 수입, 종교적 믿음 등도 우울증과 연관성을 보였고, 남성보단 여성, 젊은 사람보단 나이 든 사람의 회복률이 높았다. 반면 아동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거나 불안장애를 진단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낮았다.

우울증에 걸린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증상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증상이 나타난 기간과 극복 사이엔 큰 연관성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우울증을 겪었건, 최근 한 달간 우울증을 경험했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있어 보다 유리한 위치는 없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우울증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만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설문참여자가 정신분열증이나 경계선 성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있을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활동을 독려하고,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을 유도하면 우울증이 개선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울증 연구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평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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