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침, 콧물, 냄새… 다양해지는 치매진단 기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치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5년이면 국내 노인인구 1100만명 중 100만명은 치매환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를 앞서 진단할 수 있으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치매 진단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러한 전망은 가시화되고 있다.

혈액검사만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최신 기술은 상용화 단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김영수, 황교선 박사팀이 기술 개발에 성공해 오는 2019년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일진그룹의 의료기기 자회사인 알파니언메디컬에 기술 이전됐다.

이 기술에는 혈액 속 치매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병리학적 연관성 연구와 전처리 기술을 통한 바이오마커 정량측정과 치매진단법, 미량의 혈중 베타아밀로이드를 검출하기 위한 미세 교차전극 센서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진단키트 시제품을 이용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제공받은 혈액샘플 140개를 임상시험한 결과, 민감도와 선택성은 각각 93%, 95%로 높았다. 민감도는 치매환자를 치매환자로 판별할 확률, 선택성은 정상인을 정상인으로 판별할 확률을 뜻한다. MRI와 PET를 이용한 방법의 민감도는 70~80% 이하다.

기존 치매진단은 인지기능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 뇌영상 검사를 통해 치매 증상이 나타난 뒤에만 진단할 수 있고, 비용도 한 번에 50~70만원으로 비쌌다. 뇌척수액 검사는 정확도도 낮았다. 반면, KIST가 개발한 혈액검사 기술은 간단한데다 비용도 1회당 5~10만원으로 싸면서 정확도와 안전성은 높다.

제약사인 메디프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성 치매진단키트인 ‘ELISA’는 혈액 속 트랜스티레틴 단백질(TTR)의 농도를 측정한다. TTR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로 거론되는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효소다. 이 키트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콧속 상피세포로 치매를 조기진단하는 키트도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 교수팀은 신경전달물질인 ‘마이크로 RNA 206’의 양이 치매 환자에서 높아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뇌랑 직접 연결돼 있는 콧속 신경 상피조직에서 이 물질을 검사했다. 그 결과, 치매의 진행 단계에 따라 마이크로 RNA 206의 발현이 증가했다. 주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치매검진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가 진행되면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진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진단키트가 지난 2014년에 개발됐다. 이 키트를 쓰면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 치매 징후를 알아볼 수 있다. 진단키트는 손톱으로 긁으면 식품 등의 냄새가 나도록 만들어진 명함크기의 카드 형태로 고안됐다. 냄새를 맡은 뒤 용지에 적힌 몇 가지 냄새 이름 중 자신이 느낀 냄새를 택한 용지를 회사에 보내면 자체시스템으로 분석해줘 치매 의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침 한 방울로 치매 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DGIST 문제일 교수팀은 침이나 콧물 등을 분석해 치매는 물론,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 성인질환을 진단하는 자가진단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후각 상피에서 치매와 연관된 특이 바이오마커가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매진단을 위한 새로운 방사성 의약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에 의약품을 결합한 제품으로 암과 파킨슨병, 치매 등을 진단하는 ‘양전자단층촬영기기(PET-CT)’로 촬영하기 전 혈액에 투여된다.

케어캠프는 다음 달부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약인 ‘비자밀’을 국내에 공급한다. 지난달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비자밀은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조기 발현되는 베타아밀로이드 신경반의 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이다. 케어캠프측은 “유일하게 베타아밀로이드 신경반 밀도를 컬러 영상으로 판독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듀켐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인 ‘뉴라체크’를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유수 병의원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뉴라체크는 독일 제약사인 바이엘이 개발했다. 이 시약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성인 치매환자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신경반 밀도를 방사성 PET 영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맥에 투여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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