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 정말 효과 있나? 영국서도 섭취 논란

출산 뒤 산모의 몸에서 나온 태반의 섭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태반의 효능,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나왔다. 태반은 태아와 임신부의 자궁벽을 연결해 영양 공급, 가스교환, 노폐물 배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영국의 왕립산부인과대학(RCOG)의 로저 마우드 대변인은 “태반에는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있지만 그 이상의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영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태반 섭취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고 데일리 메일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립산부인과대학은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과 관련된 지침을 발표하는 등 산부인과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내 식품관리를 담당하는 최고기관인 식품기준청은 태반으로 만든 제품을 ‘신소재 식품’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만약 ‘신소재 식품’으로 분류되면 의사들은 태반 제품 판매 승인을 얻어야한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도 태반섭취와 산모의 건강 관련성을 연구했으나 태반이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논문을 내놓기도 했다.

출산 뒤 자신의 태반을 캡슐로 만들어 먹은 2명의 임산부가 태반 섭취의 효과를 느꼈다고 데일리 메일 측에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는 플라시보(위약) 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위약 효과는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위장해 환자에게 복용시켰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직장 여성 루스 파핏(35세)과 주부 한나 쇼(28세)는 아이 출산 뒤 각각 빈혈과 우울증으로 고생한 뒤 자신의 태반을 캡슐로 만들어 먹은 후 증세가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데일리 메일은 “영국에서는 태반이 출산 직후 뿐 아니라 생리 기간에도 몸을 보호하는 데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태반 캡슐을 냉동 보관해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태반의 효능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태반주사가 불면증, 우울증,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일반인 대상으로 게재한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없도록 시술 효과의 정확한 의미와 범위를 담아야 한다”며 태반주사 광고를 게재한 의원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의원은 태반주사가 피부미용, 노화방지, 불면증·우울증 완화 등 8가지의 효능이 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근거 없이 과대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의원 원장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자 복지부를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것.

태반주사는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만든 주사제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제조된 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온 뒤 당시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간 기능 개선과 갱년기 증상 완화 등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이후 제약회사들이 앞 다퉈 유사 제품을 생산한 데 이어 병, 의원으로 확산됐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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