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이의 무릎에 웬 퇴행성관절염?

최근 지속적인 무릎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김모씨(25)에겐 퇴행성관절염 진단이 내려졌다. 10년 전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크게 넘어져 오른쪽 무릎의 전방십자인대를 다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도 사라지고 일상생활도 가능해지자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를 무시한 게 화근이 됐다. 김씨는 평소 관절이 흔들리고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도 작은 불편으로 여기며 참았다.

야외 활동이 잦은 여름에 무리하게 운동하다 십자인대를 다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축구는 물론,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 급격히 방향을 바꾸다가, 또는 등산 중 경사로에서 미끄러져서 십자인대가 파열되기도 한다. 특히 파열된 십자인대를 수술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젊은 나이에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무릎관절은 활동량이 많고 움직이는 각도가 커 십자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무릎 안쪽에 자리한 십자인대는 넓적다리뼈과 정강이뼈를 연결해주면서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전방십자인대는 정강이뼈가 넓적다리뼈보다 앞으로 빠지는 것을, 후방십자인대는 정강이뼈가 넓적다리뼈보다 뒤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에 외부압력과 회전력이 가해지면 파열될 수 있다. 주로 운동 중 급정지나 갑작스런 방향전환, 잘못된 착지, 태클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충돌이 원인이다. 후방십자인대 파열은 정강이뼈가 앞쪽에서 뒤쪽으로 향하는 강한 외부의 힘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급정거로 대시보드에 무릎을 부딪쳐 다치는 경우가 많다. 또 운동 중 무릎이 구부러진 채 바닥에 떨어져 다칠 수도 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흔히 ‘뚝’하는 파열음이 난다. 무릎 속에 피가 고여 다친 부위가 붓고 통증이 나타나는데 3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부종이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진다. 이 때 손상 조직이 치유됐다고 판단해 운동을 하게 되면 발을 디딜 때 무릎 아래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형외과 이준규 교수는 “십자인대가 파열됐어도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무릎 관절의 다른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며, 이른 나이에 무릎에 퇴행성관절염까지 올 수 있다”고 했다.

십자인대 파열은 무릎 관절이 틀어져 흔들리는 정도에 따라 손상 정도를 분류한다. 부상 초기에는 안정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둔 뒤 얼음찜질과 압박 등을 시행해 부종과 통증을 줄인다. 전방십자인대는 부분 파열됐어도 수술을 고려할 때가 있는 반면, 후방십자인대는 완전 파열됐어도 동반 손상이 없으면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하기도 한다.

보존적 치료는 보조기 등을 이용해 관절을 고정하고 목발을 이용해 체중부하를 피한 뒤 서서히 관절의 운동범위를 늘리고 허벅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치료를 통해 이뤄진다. 허벅지 앞쪽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증상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관절경을 이용해 십자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은 뒤에도 이러한 재활치료가 뒤따른다. 이준규 교수는 “축구, 농구, 야구 등 운동 중 십자인대 파열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칭 등 가벼운 준비운동으로 10분 이상 경직된 무릎을 풀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며 “무릎을 다쳤을 때 통증이나 무릎 관절이 심하게 부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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