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 메르스 의사? 치료는 누가 하나

 

“지금 의료진들은 목숨을 걸고 ‘메르스 전쟁’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더 이상 ‘메르스 병원’ ‘메르스 의사’로 매도하지 마세요.”

9일 동네병원 원장 A씨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그는 “정부 정책에 성실히 따르고 전염병 방역에 노력한 의료진들이 매도당하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난다”면서 “그렇다면 열나는 환자는 안 오길 기도해야 하느냐”고 했다.

서울시가 8일 메르스 진료와 관련해 손실을 입은 병의원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과 관련, A 원장은 “전 국민이 어려운 만큼 병원 경영상의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면서 “더 이상 인권을 침해당하는 억울한 피해자(의료인)가 나오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휴업 등 불가피한 손실, 선의의 피해를 본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구제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으로 발표된 윤창옥내과의원(서울 중구)의 윤창옥 원장은 SNS[사진]를 통해 “전염병 확산을 위한 노력의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인가”라며 “의원 피해는 감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들 인권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 4일 발열 환자가 내원했을 때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의사커뮤니티에서 비공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며 “때문에 환자와 거리를 두고 진료했고 본인을 포함해 모든 간호사는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내원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한 후 즉각 진료를 중단하고 격리실로 이동 조치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의심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 원장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체온을 측정한 간호사는 자가 격리를 위해 귀가 조치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 의원은 ‘메르스 병원’이 됐고 본인을 비롯해 온 가족이 자가 격리되면서 주변 시선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원협회는 8일 “현실성 없는 지시만 하고 모든 책임은 의료인에게 떠넘기는 한심한 공무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할 수 있겠느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원협회는 “정부는 각 의료기관에 N95 마스크, 일회용 가운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만할 뿐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자체적으로 구입하려 해도 이미 품절된지 오래”라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의심환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의료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9일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 거부하고 콜센터로 안내하는 것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면서 “이를 불법이라 판단해서 처벌하면 결국 의사들은 아예 진료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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