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뚜렷한 감소 속 자살-당뇨사망 급증

 

한국인의 사망률이 지난 30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10대 사인 중 자살과 당뇨병, 폐렴으로 인한 사망은 증가한 반면, 고혈압과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1983~2012년까지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한국인의 10대 사인을 분석한 결과다.

10일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983년 남성 10만명당 1666명이던 사망자수는 2012년에 639명으로 62%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10만명당 1203명에서 588명으로 51% 줄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보건산업진흥원 임달오 보건산업정책본부장은 “지난 30년간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1990년대 말에 예외적으로 약간 증가했다”며 “ IMF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살과 당뇨병, 폐렴에 의한 사망률은 30년 전보다 높아졌다. 특히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경우 남성은 10만명당 17명에서 3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도 10만명당 6명에서 18명으로 세 배나 늘었다. 임 본부장은 “자살 증가는 고용과 사회 복지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며 “여성의 자살률이 2010년 이후 약간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병으로 불리는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30년 새 가파르게 증가했다. 당뇨병으로 숨진 남성은 10만명당 11명에서 21명(92%), 여성은 10만명당 8명에서 21명(176%)으로 급증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감염성 질환이라 독감 등의 유행 여부에 따라 폐렴 사망률도 요동쳤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폐렴으로 숨진 남성은 10만명당 16명에서 18명으로 17% 늘었고, 여성은 10만명당 12명에서 18명으로 44% 증가했다.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 송인명 책임연구원은 “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한국인의 10대 사인 중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고혈압으로 숨진 남성은 10만명당 139명에서 8명으로 94%나 줄었고, 여성도 10만명당 84명에서 19명으로 77%나 감소했다. 고혈압에 이어 간 질환도 감소폭이 컸다. 간 질환으로 숨진 남성은 10만명당 96명에서 20명으로 79%, 여성은 10만명당 27명에서 5명으로 80% 줄었다. 임 본부장은 “고혈압 사망자수가 급감한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치료제 등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게 된 덕분”이라며 “간 질환 역시 B형 간염 백신의 보급과 폭음 등 무절제한 음주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감소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 가운데 심장병과 뇌혈관 질환, 만성 호흡기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지난 30년간 두 자리 수 이상 감소했고, 암 사망률도 남성 9%, 여성 1% 정도 줄었다. 자동차 사고 사망률 또한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 자동차 사고 사망자수는 10만명당 21명에서 18명으로 14% 줄어든 반면, 여성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것은 그동안 도로 기반이 잘 갖춰지고 음주운전 단속과 안전벨트 매기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 12월호에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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