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섬유질만 섭취하면 해결? 90%의 오해

 

섬유질 섭취와 운동은 변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변비에 걸렸다면 이것만으로 치료할 수 없다. 환자마다 증상과 유병기간, 장 무력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변비 환자는 생활습관만 바꾸면 변비가 나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변비연구회에 따르면 변비 환자 628명을 대상으로 변비 인식 정도를 조사한 결과, 변비 환자 10명 중 9명은 섬유질 섭취로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발효유 섭취를 통해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80%를 웃돌았다. 반면, 병원을 방문해 치료해야 한다고 답한 환자는 전체의 절반에 그쳤다.

전문의들은 환자들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섬유질 섭취는 일부 변비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긴장성 변비 환자의 경우 과도한 섬유질 섭취가 설사와 복통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태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많은 변비 환자들이 섬유질 섭취나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인별로 치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변비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자신의 증상에 맞는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변비는 일주일에 3번 미만인 드문 배변 횟수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해당된다. 배변 시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딱딱하게 굳고, 잔변감을 느끼게 된다. 배변을 위해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등 부가적 조치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항문이 막혀서 대변이 잘 안 나오는듯한 항문 폐쇄감도 동반된다. 변비약을 복용해도 개선되지 않으면 만성변비에 속한다.

이번 조사에서 변비 환자 3명 중 2명은 변비약 복용과 관장을 지속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지만, 대부분 변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졌다. 약국에서 파는 변비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적 치료법이 될 수 없고, 단기간 복용해야 한다. 전문의 상담 없이 장기 복용하면 복부 팽만감과 복통, 장 무력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변비는 고 섬유소 식사요법과 행동요법, 약물요법 등을 병용해 치료한다.

변비 때문에 생기는 2차 증상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은 마찬가지였다.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변비 환자 3명 중 2명꼴로 변비가 만성피로를 유발한다고 오해했다. 노화를 촉진한다거나, 대장암 등 중증질환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도 50~55%를 차지했다. 만성변비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치질과 장폐색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변비 주간인 이 달 마지막에 전국 15개 병원에서 대국민 변비 건강강좌를 진행해 변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전문의를 통한 병원 치료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학회 변비연구회 최석채 위원장(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은 “변비를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다가 심각한 합병증으로 병원에 오는 환자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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