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헷갈려” 청소년 백일해 유행 조짐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백일해가 유행할 조짐이어서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 해서 이름 붙여진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백일해 발생건수는 10대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전남 영암의 중고교 일대에서 학생 40명이 백일해 확진을 받은 데 이어 지난 달 충남 부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백일해 환자 6명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고된 백일해 464건 중 38%인 177건이 10대에서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보고된 백일해 2만4천여건 가운데 45%가 7~19세 사이에서 발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백일해가 유행 중이며, 전 지역에 걸쳐 각급 학교에서 집단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보건부(CDPH)에 따르면 올해만 3천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독감 발생시기와 겹쳐 백일해를 감기로 오인하고 지나치기도 쉽다. 이러면 학교와 가정 내 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발병하면 5~14일간 항생제를 투여한 뒤 최소 5일간 격리 치료해야 하고,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기침이 멎을 때까지 최소 3주 이상 호흡기 격리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과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백일해는 일주일 이상의 기침과 발작적 기침, 발열,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특별히 다른 증상 없이 3주 이상의 만성 기침을 보이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백일해 등을 진단해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영유아기에 백일해 백신을 맞았어도 10대에 접어들면 추가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기에 얻은 방어 면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전면 무료사업이 시행돼 만11~12세의 경우 백일해 예방백신인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유병욱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백일해 환자 보고가 증가하면서 국내외적으로 Tdap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예방을 위해 만11~12세에 접종 받는 기존 Td 백신 대신 백일해 항원이 추가된 Tdap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청소년은 물론, 영유아를 돌보는 성인들에게도 Tdap 백신 접종은 권장된다. 한 국내 연구를 보면 백일해로 진단된 영아의 감염원은 85%가 부모와 친척 등 가족 구성원이었다. 백일해에 감염된 영유아는 심할 경우 폐렴과 무기폐, 저산소증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영유아와 접촉하는 모든 성인들에게 10년마다 한 번씩 맞는 Td 백신 접종 중 1회를 Tdap 백신으로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 대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늘고 있어 노인세대의 백일해 백신 접종도 중요하다. 국내 출시된 백일해 백신 가운데에는 GSK가 출시한 ‘부스트릭스’가 65세 이상 고령자도 접종 받을 수 있는 유일한 Tdap 백신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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