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불안할까…” 불안 장애 급증

 

불안의 시대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인류사를 통틀어 불안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미국 러트거스대학의 사회학자이자 정신건강 연구가인 앨런 호위츠 교수는 불안을 이해하고 치료해 온 과정을 인간의 역사로 봤다. 그는 저서인 ‘불안의 시대’에서 시대마다 불안을 이해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우리의 역사도 늘 불안했지만, 시대마다 불안의 원인은 달랐다. 인간에게 내재된 근원적 공포는 사회문화적 요인, 국제 정세 등에 따라 정도를 달리하고, 개인화 또는 집단화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남북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북의 무력 도발, 세계 금융위기, 잇단 대형 안전사고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거듭되고 집단화된 불안은 오히려 불감증에 덮이고, 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는 개인화된 불안에서 직접적으로 발현되는 양상이다.

불안장애는 일종의 신경증으로 불안이 정상범위를 넘어서며 생기는 질환이다. 공황장애나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병적 스트레스가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초래한 것이다. 어지럼증과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의 신체증상 때문에 정신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오래 방치했다가 실제 뇌기능과 심혈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0대 이상일수록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 6년간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자료를 분석해보니 70대 이상 초고령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 해마다 평균 5.6%씩 증가하는 사이 70대 이상은 12.3%씩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70대 이상은 3051명으로 60대 이하 877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지표상으로 초고령층의 불안장애가 급증하는 것은 은퇴 후에도 일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가구주 가운데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56%에 이르렀다. 직장인의 상당수가 최소 생활비로 월 150~2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무연금자가 절반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은퇴 후 소득 공백기에 대한 부담은 핵가족화와 세대 간 단절 속에 눈덩이처럼 커진다. 노년에 아파도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불안이 정상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병적 스트레스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호 교수는 “최근에는 이전 시대와 달리 노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식들만을 위해 노후대비를 못했던 고령층이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 기능이 상실됐을 때 돌봐줄 사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상승의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불안장애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개인화된 불안은 딱히 예방할 방법이 없다. 정부 자료가 보여주듯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라면 정부가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근본적 대안이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의 꾸준한 관심은 차선이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정신적 문제임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안다 해도 정신과를 찾는데 부정적이어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 전문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연계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쉴 때 제대로 쉬고, 취미를 가져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정상 범위 안에서 불안을 관리할 수 있다. 불안은 외줄 타듯 정상과 질환 사이를 오가기 쉽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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