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 줄기세포 주사하자 ‘팔 번쩍’

서울아산병원, 10명 중 3명 호전시켜

교통사고로 8년간 팔다리를 쓰지 못하던 환자가 손상된 척수에 줄기세포를 이식

받은 뒤 팔다리 감각과 움직임 일부를 되찾았다. 만성 척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 5만~6만명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척수(脊髓)란 머리에서 내려와 척추 속을

지나가는 중추신경을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2일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목 부위를 다쳐 사지가 마비된 환자 10명에게 당사자의 엉덩이뼈 골수에서 빼낸 중간엽

줄기세포를 척수에 직접 주입한 결과 3명에게서 팔 감각이 일부 돌아오고 움직임이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손상된 척수의 상처가 줄어드는 사실은 MRI로도

확인됐다. 중간엽 줄기세포란 골수, 지방 등에 있는 성체 줄기세포의 하나로 조직을

재생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손상된 지 오래된 척수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은

세계 최초다. 지금까지 보고된 척수손상 치료법은 척추 신경막안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하지만 전 교수팀은 환자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에 직접

찔러 넣어 주입하는 수술 기법을 학계 최초로 새롭게 제시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학술지 ‘뉴로서저리'(Neurosurgery·신경외과수술) 최신호에 실렸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 박모(47)씨는 1998년 교통사고로 목 부위의 척수를 다쳐

팔다리가 마비됐다. 상반신 감각도 완전히 사라졌고 팔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2006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수술을 받은 그는 1년 만에

극적으로 호전됐다. 상반신 감각이 돌아왔고, 팔에 힘이 생기면서 두 팔을 뻗어 만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아산병원에서 이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는 10명. 척수가 손상된 지 10개월~8년

지난 상태였다. 이 중 3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팔의 운동기능이 향상됐다.

스스로 보조기구를 이용해 밥을 먹을 수 있고, 혼자 힘으로 앉을 수 있게 됐으며,

엄지손가락에 힘이 생겨 숟가락을 꽉 쥐고 음식을 떠먹을 수 있게 됐다.

전 교수는 “척수가 손상된 지 오래됐더라도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하면 신경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어떤 환자는 효과가 있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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