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기는 사람, 뇌 활동 자체가 다르다

음주 직후부터 기억·인지력 곧바로 저하

 “어젯밤 술자리는 몇 차까지 갔던거야? 으악, 30만원이나 카드로 긁었단

말이야?” 술을 마시면 이처럼 필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약간만 술을 마셔도 기억을 처리 하는 뇌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뇌 영상 촬영으로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어 대학교 연구팀이 ‘알코올로 인한 부분적 기억상실’을 조사한

결과다. 이는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기지만 단서가 주어지면 단편적인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팀은 과음 습관이 있는 대학생 자원자 24명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과음이란

매주 2~3차례, 하룻밤에 5잔 이상을 마신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들을 필름이 끊긴

경험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 맨 정신일 때와 술을 몇

잔 마신 다음일 때 기억력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뇌 영상을 촬영했다.

맨 정신일 때 두 집단의 뇌 영상 패턴은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맥주나 와인을

두 잔 마신 다음엔 큰 차이를 보였다. 필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는 학생들은 뇌에서

경험을 기억으로 전환하는 영역과 기억 및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음주후 기억력 시험을 치른 다음 날 피험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부분적인 기억상실을 겪었다고

말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활동에 이상이 있었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필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는 뇌는 심지어 망각이 시작되기 전부터도

작동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리건 웨더릴 박사는 “일부 사람들은 뇌가 어느 수준까지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예컨대 알코올 같은 것이 인지능력에 부담을 주면 과부하가 일어나 뇌가

평소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뇌는 애초에 배선 자체가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예컨대 도파민(신경전달물질)

수준 같은 데서 차이가 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알코올

중독: 임상 및 실험 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저널

6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 등이 15일 보도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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