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헬스는 소비자 쪽에 중점 두어야 성공”

서울대 간호대학 김정은 교수 인터뷰

“헬스와 정보통신 기술, 소비자 중심주의를 결합한 유헬스는 특히 소비자 쪽에

중점을 두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정은(57)교수는 “요즘은

건강, 의료 정보를 게임과 결합하는 데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2%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U-헬스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교수를 10일 서울 연건동 간호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7월  ‘의료헬스 기능성 게임 한국 포럼(Games for Health Korea

Forum)’을 출범시키고 대표를 맡으셨지요?

▶의료계 인사들과 엔지니어, 게임 관계자 등이 모여 건강관리와 게임을 접목시키는

전략을 논의하는 모임입니다. 현재 의료헬스 게임 분야는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종류의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활용 분야가 있습니다. 예컨대

어린이 당뇨환자가 혈당을 검사한 결과를 스마트 폰으로 전송하는 어플리케이션에

게임을 접목할 수 있습니다. 전송에 따라 게임머니를 받게 만들면 혈당 검사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요. 즐거움(fun)’의 요소를 도입하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게임화, 재미부여의 활용이라고 할까요”

-교수님의 관심사는 유헬스 중에서도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이시지요?

의료기관 등에 분산돼 있는 진료 및 검사기록과 개인이 스스로 축적하는 건강 관련

자료를 온라인으로 통합해 한 곳에 모아두고 활용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이 스스로의 건강자료를 디지털로 측정하게 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해엔 보건복지부 과제로 당뇨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관련해

혈중 산소포화도나 호흡량 등을 측정하는 휴대용 장비를 서울대 병원 의공학과, KT와

함께 개발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스스로 필요로 하는 것, 실제로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측정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를 제시하는 작업을

주로 맡았지요. 요즘은 유헬스 기술을 가정 내에서 통합구현하기 위한 국토해양부의

‘헬스케어 스마트 홈’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강의료주택을 도입하는

것인데요 LH공사, SH 공사, 서울대 병원, 경원대 등과 함께 작업합니다.  공간설계에서부터

스마트 유헬스 기술, 법과 제도의 측면까지 종합적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지난 해엔 안식년을 맞아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에서 개인건강기록을

연구하셨지요?

▶보스톤은 하버드 의대와 MIT를 중심으로 의료정보 전문가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개인건강기록을 비롯한 최첨단의 건강정보 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현지에 7개월간 있으면서 하이테크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예컨대 MIT에선 음식의 성질 및 상태와 먹는

양을 측정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더군요. 입에서 음식을 씹는 소리,

목으로 삼키는 소리를 측정해 이를 통해 식사량과 칼로리를 자동으로 파악하겠다는

기술입니다. U-헬스 장비는 사용자에게 불편을 덜 주고, 가능하면 아예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유헬스란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실현된 것은 없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 유헬스가 대두되고 연구가 시작된 지는 20년이 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개발 중, 시험 중, 프로젝트 진행 중일 뿐 실제로 상용화되어 서비스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스마트 폰이 시장에서 갑작스러운 주목을 받으면서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기 시작한 이후, 이를 이용한 자가 측정 솔루션이 조금씩 선보이는

정도가 상용화의 전부이지요. 원격 진료, 원격 처방 등의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는

당장이라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의료법, 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습니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비슷합니다.  개발 중이거나

이미 개발이 완료된 솔루션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 중이냐?”고 물으면

다들 고개를 젓습니다.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지만 소비자를 감동시켜서 시장을 장악할만한

서비스의 실현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고 봅니다.

-간호정보학을 전공하셨는데 헬스 2.0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 이유는?

▶특히 ‘소비자 건강 정보학’이 제 전공분야입니다. 간호과학과 정보과학, 컴퓨터

과학을 결합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자는 학문 분야이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소비자의 참여를 강조하는, 다시 말해 ‘Participatory Medicine’과 연결되는 헬스

2.0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Participatory Medicine’을 ‘참여의료’라고

표현하자니 조금 느낌이 그렇고 해서, 적절한 우리 말 표현을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소비자, 즉 수용자에게 무엇이 바람직한가 하는 공급자의 일방적 시선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이용을 확대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수용자 자신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의료헬스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연세대와 LG-CNS가 공동 개발한 홈 헬스케어 솔루션이

시장진입에 사실상 실패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인터페이스가

편리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고 가격도 너무 높았습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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