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고 못찾는 이유?

“뇌 하드디스크-출력 고장 아니라 입력 고장”

휴대전화나 TV리모컨을 냉장고에 넣고 찾아 헤매다가 엉뚱한 기회에 발견하고

어젯밤 주차한 승용차를 찾지 못해 낭패를 본 일이 있는가? 중년 이후에 기억력의

한계를 몸으로 느끼게 되면 세월의 속절없음을 원망하곤 한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뇌의학자들은 뇌의 ‘하드

디스크’가 꽉 찼거나 낡아서라고 추정했다. 또는 뇌가 옛 기억을 찾아내 되살리는

‘출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뇌에서 새 기억을 ‘새 파일’에 저장하지 못하는 것이 주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억의 분류와 입력을 주도하는 해마의 ‘입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마이클 야사 박사팀은 건강한 대학생과 60~80대 노인을

대상으로 그림 맞추기 게임을 하게 한 다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통해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조금만 그림이 달라도 뇌가 완전히 새로운 정보로 인식하는

반면 노인들은 눈에 띄게 달라야만 새로운 정보로 인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노인들은 이전의 기억과 새로 접한 정보의 내용이 달라도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서로 같은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야사 박사는 “노인들은 과거의 기억과 유사한 새로운 정보도 과거의 기억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기 어려워 비슷한

다른 기억에 덮어씌워 같은 기억이라고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야사 박사는 이어 “나이를 먹으면 추억에 더 많이 잠기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으며 과학뉴스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3일 보도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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