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은 간 때문”… 의사들 “글쎄요”

간 탓이면 이미 병 깊은 것

최근 야근과 회식이 잦았던 김성태(31, 가명)씨.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와 “아~피곤하다”고

내뱉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동료는 김씨를 보며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렸다.

축구선수 차두리가 나와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대웅제약의 우루사 광고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제약사와 약 이름이 나오지 않는 노랫말 때문에 노래방에도

등장하고 휴대전화 연결음(컬러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광고 덕분에 우루사

매출은 올해 1월 3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이것이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술을 많이 마시고 잠이 부족하면 당연히 피곤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간이 안 좋다고 생각하고 광고에 나오는 약을 찾아서 먹으면서 이제

간은 상하지 않겠지 하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며 “약의 효과 보다는 광고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피로의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다. 당뇨병, 빈혈, 결핵 같은 질환이나 과로, 수면부족,

계절도 피곤함을 불러오는 원인이다. 휴식을 충분히 했음에도 몸이 나른하고 축 처지는

피곤함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간은 어지간히 손상이 진행되도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만일 간이 나빠서 피곤함을 느낄 정도라면 간 질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A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피로는 간이 아닌 신장 등 다른 장기가 손상돼도

나타날 수 있고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때문에도 올 수 있는 등 원인이 다양하다”며

“간이 나빠서 피로감이 심할 정도면 이미 간이 상당히 손상된 것으로 황달이 생기는

등 몸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우루사의 주성분은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이다. 현재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우루사는 UDCA 함량이 25mg, 50mg이다. 전문의약품으로는 UDCA 함량이

100mg, 200mg, 300mg 인 것이 있다. 즉, 일반의약품 우루사는 간질환 치료나 간 기능

개선을 하기에는 할 하기 위해서는 UDCA 함량이 부족하다는 것.

이 교수는 “전문의약품 우루사는 간염, 지방간이 있거나 담즙분비에 영향이 있는

사람에게 주로 처방된다”면서 “우루사 50mg은 이미 간질환이 있는 환자의 간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B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약 효과를 발휘하려면 100~200mg 이상이 필요하다”며

“술을 마신 후 간 기능이 조금 떨어졌을 때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피곤을 느낄 만큼 간 상태가 좋지 않아졌는데 우루사 일반약을 먹는다고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C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의 교수는 “일반약 우루사는 UDCA 성분을 줄인 대신 간에

이로운  비타민을 첨가한 것”이라며 “간 기능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도움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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