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우울해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까닭

‘남자다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주범

‘남자답다’라는 평을 듣기는 어렵지만 한 순간에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기의 남자다움을 잃을 것 같으면 공격적으로 변모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심리학자 제니퍼 보손 박사와 조셉 반델로 박사는

여자다운 행동을 하도록 강요했을 때 남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남자들을 3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여자처럼 땋은 머리를 하도록, 다른

그룹은 평소보다 훨씬 더 남자다운 모습을 하도록 했다. 마지막 그룹은 남녀 구별

없이 하는 끈 꼬는 일을 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모든 실험 참가자에게 복싱에서 쓰는 펀치 백을 두들기거나 퍼즐을 푸는

일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여자처럼 땋은 머리를 한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펀치 백을 두들기기를 골랐다.

두 번째로는 실험 참가자 모두에게 펀치 백을 치게 하자 여자처럼 땋은 머리를

한 남자들이 더 세게, 공격적으로 쳤다.

세 번째는 여자처럼 땋은 머리를 한 남자들만 했는데 이들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눠 일부는 펀치 백을 두들기게 하고 나머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펀치 백을 치지 않은 사람들은 실험이 끝난 후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보손 박사는 “남자들은 성역할이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 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며 “특히 자기의

남자다움이 무너졌다고 생각할 때 심리적인 고통이 크기 때문에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남녀가 각각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실험도

했다. 성인남녀에게 “어떤 사람이 자기 동성(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을 때린

후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내용의 가짜 경찰보고서를 보여주고 그 반응을 살폈다.

가해자가 여자였을 때 남녀 모두 “가해자는 성격이 못돼 상대를 때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해가자 남자였을 때 여자들은 “가해자의 성격이 못 돼서”라고

평가했지만 남자들은 “자기의 남자다움이 훼손되자 상대를 때렸을 것”이라고 엇갈린

평가를 했다.

또한 실험참가자들은 남성스러움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여성스러움은 태어날 때 타고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여성스러움은 폐경과 같은 신체적 변화 때문에 잃게 되지만

남자다움은 사회 속에서 잃게 된다고 생각했다.

보손 박사는 “남자들에게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박은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남자들은 우울감, 불안, 자신감 상실, 폭력적 변화

등을 나타내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자들이 여자 물건을 안 들고 자기 앞에서 다른 남자를 매력

있다고 칭찬하면 싫어하는 것은 남자다움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심리과학회의 학회지 ‘심리과학의 최신 방향(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으며 논문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과학뉴스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3일 보도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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