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언론인 서재필, 소설가이기도 했다

최초 한국계 미국 소설 ‘한수의 여행’ 써

언론인이자 의사로 알려진 서재필 박사(사진)의 이름 앞에 소설가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는 주장이 2일 문학의학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나왔다. 1922년 미국에서 출간한

영문소설 ‘한수의 여행’이 서박사가 탄생시킨 작품.

한국외대 김욱동 교수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린 문학의학학회

1차 학술대회에서 “갑신정변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의학을 전공하고,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을 발간하는 등 의사이자 언론가로 활동한 서재필 선생은 두

번째 미국 망명을 했을 때 ‘한수의 여행’이라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 소설을 썼다”고

공개했다.

서재필박사가 작가로서 활동했고 그의 소설이 최초의 한국계 미국소설이라고 학계에

공식 보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교수는 이미 올해 4월 ‘소설가 서재필’(서강대학교출판부)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강용흘이라는 작가가 1931년 ‘초당’이라는 소설로 한국계 미국 문학의

첫 장을 연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 교수는 “서재필박사가 ‘한수의 여행’을 출간했다는

사실로 이제 한국계 미국 문학의 효시는 10년이나 앞당겨 졌고 서재필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수의 여행’은 박한수라는 젊은이가 온갖 세상 풍파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성장소설이다. 서재필박사의 종증손자 서동성씨가 1979년 서울 보진재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고 뒤에 원문을 덧붙여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당시엔 한국계 미국소설의 효시라는 주장은 제기되지 않았다.

1922년 발행된 한수의 여행 단행본에서 서박사는 ‘N.H.Osia’라는 필명을 사용해

그 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필명은 서박사가 미국에서 사용한 이름인

‘필립 제이손(Philip Jaisohn)’ 중 성씨인 제이손(Jaishon)에서 첫 글자 J만 뺀

나머지 글자를 거꾸로 표기해 ‘n-h-o-s-i-a’로 만들어낸 가명이다.

한편, 문학의학학회는 우리나라 의사시인으로 유명한 마종기 시인이 학회 창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첫 번째 창립학술대회를 가졌다.

마종기 위원장은 “미국에서는 80년대부터 문학의학회가 만들어져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작한다”며 “의사는 환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 중심이

돼야 하는 것처럼 냉철함 뿐 아니라 사회학적, 인문학적 소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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