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혈관 붓는 고통 겪는데도 보험도 안돼”

한국환연 출범 환영한 혈관질환자대표 정은경씨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 희망을~(대중가요 ‘아름다운 강산’의 일부)”

지난 6일 저녁 8시 무렵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 회의실. 환자를

대표하는 모임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환연)’가 첫발을 내딛는 자리에 마치

가수 이선희가 직접 부르는 듯한 탁 트인 노래가 울려 퍼졌다. 110여명의 참석자들은

흥에 겨워 환호하고 박수쳤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은경(35 사진) 혈관질환자단체 대표다.

“음향 시설이 좋지 않아 제 목소리만 냈습니다. 다음번에는 좋은 시설로 더 좋은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질병과 싸우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환연의 취지와 노랫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정 대표는 “현재 약 4700명의 혈관질환 회원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온라인 카페 수준의 환우모임은 수백개가 있지만 우리의 질환을 설명하고 사회의

관심을 불러 모을만한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온라인

카페 환우모임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환연의 출범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받은 행사비(?)를 모두 한국환연 후원금으로 되돌렸다.

정 대표는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얼굴 혈관이 기형인 ‘선천성 혈관기형’을 앓아

왔다. 혈관은 간, 위 등 다른 장기와는 달리 계속 자라기 때문에 평생 치료 해야

한다. 정 대표는 왼쪽 얼굴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관을 제어하는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한다.

한번 시술을 받을 때마다 40차례가 넘는 레이저를 맞는다. 레이저 빛이 한차례

얼굴을 훑을 때 바늘로 얼굴을 찌르는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이 온다. 1년이면 이렇게

고통스런 레이저치료를 400번 넘게 견뎌야 한다.

그는 혈관기형은 뼈, 근육 등에도 영향을 미쳐 얼굴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뼈를 깎아내는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피를 비롯한 영양분을 이동하는 통로인 혈관이

터지면 죽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수술을 망설인다.

선천성 혈관기형은 태어날 때 혈관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정상혈관으로 나뉘지

못한 혈관이 생겨나는 것이다. 팔과 다리 얼굴 등 몸의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정 대표는 “혈관 기형은 눈에 확 띠는 질환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놀림 받게

된다”면서 “환자들이 누구와도 소통을 잘 하려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어느 부위에 나타나느냐에 따라 심각성이 다르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아예

포기하고 사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정대표는 “혈관 제어 수술 등 평생 치료해야 하는 병인데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그의 희망은 이 질환이 사회에 좀

알려져서 치료법도 개발되고 비용 걱정 없이 치료받을 환경이 되는 것인데 환연이

그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은 소외 받는 환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의료문화를 만들기 위해 백혈병

신장암 에이즈 위장관기질암 등의 환자단체가 모여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만들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카노스’,

암시민연대 등 총 5개 환자단체(총 회원 8만2542명)가 이 연합단체 출범을 이끌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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