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구매인센티브에 다국적사도 ‘어떡하나’

병원입찰 집단 거부…오리지널끼리 경쟁 무시 못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에 대해 국내제약사 외에 다국적제약사까지

덩달아 반발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최근 한국제약협회와 함께 새로운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표명했다. 나아가 다국적사들은 최근 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 참여를 집단 거부하는 등 제도에 대한 반대를 전면적으로 내비쳤다.

제약사로부터 약을 싸게 산 의료기관에 할인가격의 70%를 인센티브로 주는 저가구매인센티브

도입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해. 당시에는 이 제도가 “다국적제약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본사 개발 신약을 많이 가진 다국적제약사에서는 특허가 안 끝난 오리지널 신약을

중심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다수의 제네릭(복제약)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약사들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발상이었던 것.

지난 해 미국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분석 결과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시행되면 특허가

적용되는 오리지널은 3,000~5,000억원,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은 1조~1조2,000억원,

제네릭은 1조 3천억원~2조 3천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됐다.

다국적제약사도 손해이긴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제약사간의

격차가 가속화되고, 결국 다국적사가 국내 제약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분석이 팽배했던

것.

그러나, 다국적제약사도 속앓이를 하는 양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는 총 42개. 용도가 비슷한 오리지널도 상당하기

때문에 성분명이 아예 같은 제네릭만큼은 아니지만 새 경쟁구도가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릴리 시알리스 중

가격이 더 많이 할인되는 품목을 처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같은 성분명의 제네릭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는 많게는 수십여개.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만 해도 제네릭은 국내에 33개나 된다. 성분마다 제네릭이

워낙 여러 개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제약사 또한 수백 개에 이르다보니 다국적제약사들처럼

완벽하게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이 기회를 틈새시장으로 노리는 작은 제약사도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와 달리 국내 영세한 제약업체는 이번 기회에 제네릭

값을 다른 제약사보다 훨씬 많이 내림으로써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점유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사에서 일부 투자 및 운영자금을 받아 오는 다국적사 한국지사 입장에서는 한국의

제약정책이 이렇게 약값을 조이는 방향으로 가면 본사에서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게 될 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면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에서 하는 연구개발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제약사들이 제네릭, 개량신약을 연이어 출시하고 기술력을 확보해나가는

상황에서 신약기근을 겪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국내 시장점유율 또한 2007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1위를 고수해오던 한국화이자 또한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제약사들이 숨맥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저가구매인센티브는

국내제약사 뿐 아니라 다국적제약사를 함께 고뇌에 빠뜨리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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