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증후군 의지력이 원인이라고?

위염-불면증-얼굴부기 유발하기도

퇴근 후 습관적으로 TV를 보는 회사원 강희선(36. 여) 씨는 밤 12시경에는 출출함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에 저장된 배달음식 전문점 번호를 습관적으로 누른다.

저녁 7시 이후의 식사량이 하루 전체 칼로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야식 증후군이라고 한다. 야식을 찾는 습관이 몸에 배면 바꾸기도

힘들고 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야식이 몸에 끼치는 나쁜 영향 중 가장 큰 것이 비만이다.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똑 같은 열량을 먹어도 저녁, 점심, 아침 순으로 열량이 많게 먹는

사람이 아침, 점심, 저녁 순으로 열량이 많게 먹는 사람보다 더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침, 점심에 먹는 식사는 활동량이 많은 낮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다소 많이 먹어도 별 상관이 없다”며 “밤에 많이

먹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밤에 섭취한 칼로리는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음식물이 위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자면 신진대사가 떨어져 위장장애,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밤에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줘 충분한 수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며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불면증이나 만성피로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밤이 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되지만 야식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렙틴 대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된다.

밤에 음식을 먹고 자면 얼굴이 붓는 것은 야식에 들어 있는 염분, 즉 나트륨 때문이다.

세포의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면 세포 농도를 맞추기 위해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고

세포가 수분을 계속 빨아드리게 된다. 세포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지는 것.

망가진 신체조절기능 회복해야

야식증후군이나 이로 인한 비만을 단순히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도 있다. 비만처럼 야식증후군도 ‘질병’이라는 것이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998년부터 ‘질병’으로 규정했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야식증후군은 몸의 조절기능 이상으로 생길 수 있는

병”이라며 “아침 식사 후 4시간 마다 점심, 간식, 저녁을 먹으면 밤에는 배가 고프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박용우 원장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소식, 운동 등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비만 환자는 10년 새 20%나 증가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비만이나 야식증후군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생활 습관만

개선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식증후군도 비만처럼 질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밤에 뭐를 먹는 것을 단순히 식탐이 많아서, 의지력이 약해서라고

보는 것은 몸에 대한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망가진 신체조절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못 참겠다면 과일 야채 우유로 대체

야식 생각을 떨치지 못하겠다면 맛보다는 칼로리나 혈당 수치를 낮추면서 허기를

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지원 교수는 “처음부터 야식을 끊기 보다는 칼로리가

낮은 음식으로 바꾸고 양을 점점 줄여가는 것이 야식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배달음식 보다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 칼로리가 낮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일은 다른 음식에 비해 인슐린 분비량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혈당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 않고 신진대사에도 큰 무리를 주지

않아 야식으로 적당하다.

따뜻한 우유 한잔은 허기도 달랠 수 있고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무언가를 씹고

싶다면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을 주는 오이나 당근 같은 채소를 오래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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