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는 다혈질…이해보다 흥분 더 잘해

반대의견 다 듣기도 전에 감정적 흥분부터 시작

‘동성결혼 허용에 찬성한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자. 여태까지 언어학에서는

사람이 이런 문장을 다 읽은 뒤에 문장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뇌파 실험을 해보니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동성결혼’이라는 첫 단어부터

뇌는 흥분하기 시작하며 이러한 감정적 흥분이 뇌의 이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며 ‘감정이 이성에 색깔을 입힌다’는 결론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반 베컴 박사 팀은 정통 기독교인과 무신론자를 모아

이들에게 ‘나는 동성결혼 허용에 찬성한다’처럼 의견이 뚜렷이 갈릴 수 있는 문장을

보여 주면서 뇌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뇌가 흥분할 때 나오는 LPP 뇌파, 그리고 ‘나는 피자를 마셨다’처럼

얼토당토 않은 문장을 들을 때 나오는 N400 뇌파 두 개에 초점을 맞춰 관찰했다.

‘나는 동성결혼 허용에 찬성한다’라는 문장을 컴퓨터 화면에 글자 하나하나가

나타나도록 보여 주니 ‘동성결혼’ ‘찬성’처럼 논쟁적이거나 가치판단을 하는

단어가 나타날 때마다 실험 대상자들의 뇌에서는 LPP 또는 N400 뇌파가 출렁거렸다.

문장 전체가 동성결혼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알기도 전에 평소 신념에 따라

뇌는 감정적 반응부터 보인다는 증거였다. 뇌가 이렇게 감정적 판단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0.2초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뇌는 특정 단어가 나오면 평소의 윤리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감정적

판단부터 내리며 이러한 감정적 입장이 이후의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편

입장을 잘 이해 못하거나 듣고도 곡해하는 이유는 이렇게 감정적 반응이 앞서면서

이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27일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신문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8일 보도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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