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악수’ 실험으로 증명

고려사항 많을수록 단순-신속한 결정이 유리

새 집이나 차를 살 때 요모조모를 모조리 따져보는 사람보다는 순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란 노드그렌 박사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압 데익스터호이스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신중한 사람과 배짱을 믿는 사람 중 누가 더 좋은 판단을

하는지를 실험했다.

연구 팀은 연구 대상자를 △한자의 매력을 평가하는 그룹 △수준 높은 그림을

감정하는 그룹 △저질 그림을 감정하는 그룹 △아파트를 고르는 그룹 △젤리 사탕을

고르는 그룹 등 5개로 나눴다. 연구진은 이들의 절반에게는 일부러 심사숙고 하도록

유도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단순하게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고려 사항의 숫자가 적을수록 심사숙고 그룹이 좋은 선택을 했다. 반면

고려 사항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심사숙고 그룹은 ‘오랜 숙고 끝에 잘못된 결정을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예컨대 아파트를 고르는 그룹에서 위치, 크기, 값 등 3가지 요소를 놓고 선택할

때는 심사숙고 그룹이 좋은 아파트를 골랐다. 그러나 검토 항목을 9개로 늘리자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신속하게 결정한 사람이 더 좋은 아파트를 골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비자나 기업에 유용할 수 있다. 소비자라면 고려 항목이 많지

않은 물건의 경우 요모조모를 따져 신중하게 결정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려 사항이 많은 신형 전자제품 등이라면 자신의 예산이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많은 고려 사항은 소비자를 헷갈리게 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팀은 소개했다. 예컨대 안전성은 최고로 뛰어난

자동차지만, 핸들링이나 연비 등에선 경쟁에 밀리는 자동차 업체라면 일부러 자사

자동차의 장단점을 시시콜콜 나열하면서 “그래도 안전한 차가 고객님의 안전에 최고

아니겠습니까”라고 설득하면 단점을 잠시 잊게 하면서 구매 결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 웹진 사이언스 데일리, 의학 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최근 보도했으며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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