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슈즈는 편하다? 발 아픈데···

발바닥 전체에 압력 미쳐 통증증후군 유발

굽이 거의 없는 사랑스런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플랫 슈즈’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굽에서 다이빙이라도 해야 할 법한 하이힐과 이별하고 플랫슈즈로 갈아타

뒤꿈치를 지상에 내려놓는 순간 평온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플랫 슈즈의 편안함은 여기까지다. 오히려 플랫 슈즈를 신은 뒤 발 통증을

겪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학생 윤지인(여·20) 씨는 “플랫 슈즈를

이틀 동안 신으면 뒤꿈치가 쿡쿡 쑤시고 종아리가 당긴다”며 “친구 중에도 발바닥

통증을 느끼는 애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뒤꿈치 모두에 지나친 압력

이러한 호소에 건강 포털 코메디닷컴은 플랫 슈즈가 과연 발을 편하게 만드는지,

아니면 더 아프게 만드는지를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 팀에 의뢰해 측정해

봤다.

실험은 깔창형 압력 측정 센서를 구두에 장착한 후 20대 여성이 굽 높이 0.5cm의

플랫 슈즈, 굽 높이 3.5cm의 중간굽 구두, 굽 높이 7.5cm의 하이힐을 각각 신고 걸을

때 발바닥이 받는 압력을 정밀 계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결론은? 중간굽 구두가 가장 편하고, 플랫 슈즈는 하이힐만큼이나 발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었다. 적당한 굽은 발바닥 전체로 압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하이힐은 앞꿈치에, 그리고 플랫 슈즈는 발뒤꿈치에 지나친 압력을 줌으로써 통증이나

문제를 일으키기 쉬웠다.

발은 체중을 지탱하며 고생을 많이 하는 신체 기관이다. 1km를 걸을 때 발에 실리는

무게의 합은 약 16톤. 사람의 발은 60세까지 지구 세 바퀴 반 거리인 16만km를 여행한다니,

60년 동안 견뎌야 할 무게의 합은 256만 톤인 셈이다.

실험 결과, 플랫 슈즈가 뒤꿈치에 미치는 압력은 하이힐의 1.4배, 중간높이 굽

구두의 1.23배였다(왼발-오른발 평균치).

앞꿈치가 받는 압력은 하이힐이 플랫 슈즈보다 1.2배, 중간높이 굽 구두보다 1.07배가

컸다. 발뒤꿈치 부분이 높아지면서 체중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었다.

굽이 높을수록 앞꿈치에 체중이 많이 실리고, 굽이 낮을수록 굽에 의한 추진력이

줄어들면서 뒤꿈치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플랫슈즈는 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을 디딜 때 땅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그대로 발 앞꿈치와 뒤꿈치에 모두 전달되는 단점이 있었다.

박시복 교수는 “발바닥의 각 부위별로 가해지는 최대 압력이 적고, 압력이 고르게

분포하는 신발이 발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실험에 사용된 세 가지 구두 중에서는

중간 굽 구두가 발바닥 전체로 체중이 가장 잘 분산된 반면, 하이힐이나 플랫 슈즈는

앞이나 뒤꿈치에 지나친 압력을 줌으로써 발에 쉽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래 신으면 뒤꿈치 통증 증후군 생긴다

박 교수는 “발바닥 앞쪽에 충격을 많이 받으면 중족골통이, 뒤꿈치에 충격을

많이 받으면 뒤꿈치 통증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극으로 인한

근섬유의 미세한 손상도 문제가 된다.

플랫 슈즈를 오래 신을 때 나타나기 쉬운 뒤꿈치 통증 증후군은 다시 발바닥 근막염과

뒤꿈치 지방패드 좌상증후군으로 나뉜다.

발바닥 근막염은 발바닥 근막을 과다하게 사용해 염증이 생긴 상태고, 뒤꿈치

지방패드 좌상증후군은 뒤꿈치 지방질에 충격을 받아 통증이 생긴 상태다.

발바닥 근막염은 일어나서 땅에 첫발을 디딜 때만 아프고 걸으면서 점차 괜찮아지는

반면, 뒤꿈치 지방패드 좌상증후군은 걸을수록 더욱 아파지는 경향이 있다.

한강성심병원 정형외과 유제현 교수는 “발의 염증이 심해지면 아픈 발에 체중을

싣지 못해 절뚝거리게 되고, 절뚝거리면서 발목관절, 무릎관절, 엉덩이관절의 축이

맞지 않아 아픈 발의 반대쪽 무릎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추진력 떨어져 발 쉽게 피곤

발에 가장 편한 굽 높이는 2~4cm 정도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꿈치로 땅을

밀어야 하는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굽이

거의 없는 플랫슈즈는 걸을 때 발에 추진력을 주지 못해 걷는 데 힘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기다가 현대인은 의자 생활의 일반화로 대개 장딴지 근육이 짧아져 있기 때문에

걷는 데 에너지 소모가 많고 오래 걷기 힘든 특징이 있다.

박시복 교수는 “현대인은 쭈그려 앉는 일이 드물고 발바닥을 아래로 내리고 있는

시간이 많아 장딴지 근육이 과거보다 많이 짧아져 있다”며 “충격 흡수 효과를 발휘하는

장딴지 근육이 짧아서 이 때문에 발이 아픈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틀 이상 신지 말고, 장딴지 스트레칭으로 치료

발은 뼈 26개와 관절 33개, 근육 20개, 인대 100여 개로 이뤄진 복잡한 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한 곳에 이상이 발생하면 발 전체로 문제가 퍼져 나가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호승 교수는 “발바닥 통증 완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플랫 슈즈나

하이힐처럼 발에 압력을 많이 주는 신발을 이틀 이상 계속 신지 말고 여러 형태의

신발을 돌려가며 신거나, 아니면 깔창을 이용해 쿠션을 보충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최고의 신발은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하고 볼이 넓어 체중을 잘 분산시켜 주며

무게중심을 쉽게 이동하게 해 주는 신발이다. 또 구두의 구부러지는 부분과 발바닥이

구부러지는 부위가 일치해야 편하다.

나쁜 신발은 앞 부분이 지나치게 뾰족한 신발, 굽이 높은 하이힐, 바닥이 딱딱한

신발, 신발 뒤축이 한쪽만 닳은 신발 등이다.

박시복 교수는 “일반적으로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70% 정도는 장딴지

근육 스트레칭 훈련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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