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기부' 심장수술 명의가 '왕따'된 까닭?

입력 F 2008.11.11 10:15 수정 2013.05.16 16:35

“수술 안전하지 못해 수익금 기부 못할 가능성”

 
자신이 개발한 심장 의료기구의 예상 수익 200억 원을 사회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해 일부 언론에 의해 ‘시대의 양심’으로 떠오른 의사에 대해 다른 의학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기구를 이용한 수술이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은 채 시행돼 환자들을 ‘위험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것.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의학자들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 → 환자 급증 → 모르모트 식 수술’의 후진국적 의료행태가 되풀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황우석 사태’일까, 아니면 ‘스타 의사에 대한 딴죽 걸기’일까?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외과클리닉의 송명근 교수는 지난해 말 ‘자녀 2명에게 갈 6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 재산을 사후 사회에 내 놓겠다’는 유언장을 공개했다. 송 교수는 1988년 심장병 환자에게 뇌사자의 판막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해 의료계에서는 잘 알려진 의사다.

일부 언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가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의 표상이라고 앞 다퉈 보도했다. 송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됐고 현대 제네시스의 제1호 차 소유자로 선정됐다. 건국대병원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었다.

대중이 열광할 때 일부 의사들은 걱정 어린 눈으로 사태를 지켜봤고 최근 학회를 통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송 교수의 수술이 안전하지 않다면 이 수술에 이용되는 기구를 팔아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힘들 가능성이 커진다.

송 교수의 수술법은 CARVAR(Comprehensive Aortic Root and Valve Repair,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 성형) 수술로 불리며 판막 주변에 특정한 링을 끼워 근육을 고정하는 방법이다. 송 교수는 기존의 인공판막 이식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획기적 수술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열린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제주 한라병원 흉부외과 조광리 박사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송 교수는 이에 대해 “특허와 관련됐기 때문에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학술대회에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안혁 교수는 “송 교수의 수술법은 최소 4%에게서 대동맥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기존 방법의 수술은 1% 정도”라며 안전하지 않는 수술을 고집하는 이유를 추궁했다.

이에 앞서 4월 관상동맥연구회 심포지엄과 10월 심장학회 등에서도 CARVAR 수술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기봉 교수는 이 수술을 받은 환자 1명의 심장동맥이 좁아져 재수술했다고,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한성우 교수는 이 수술을 받은 환자 4명의 심장동맥이 좁아졌다고 보고한 것.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혈관이 좁아지는 것은 CARVAR 수술의 직접적 부작용이 아니며, 초기에는 일부 환자에게서 수술 후 심장 판막 위아래의 압력 차가 제대로 줄어들지 않았지만 최근 추가 연구를 통해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박표원 교수는 “이전의 데이터를 시행착오의 기간으로 본다면 그 기간에 수술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이 수술법이 나온 뒤부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술법을 수정했다는 것 자체가 수술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코메디닷컴(www.kormedi.com)의 취재 결과 송 교수로부터 수술을 받은 환자 중 1명이 심장 기능이 떨어져 이식을 기다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CARVAR 수술의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의 가족은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흉부외과학회에서 안전성 문제가 거듭 제기되자 송 교수는 사망사고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흉부외과 의사는 “CARVAR 수술과 관련해 2명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CARVAR 수술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받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신의료 기술 결정 신청을 해놓았다. 본보가 입수한 ‘신의료 기술 결정신청 관련 학회 의견 회신’에 따르면 흉부외과학회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3~5년 이상의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고 △새로운 수술법이라기보다는 기존 판막 수술 방법들을 조합한 수술법이며 △비용면에서도 장점이 없다고 의견을 정리했다.

이에 앞서 송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CARVAR 수술을 계속하다 사고가 잦아 병원 측과 마찰을 빚었으며 이를 제재하려는 병원에 반발해 2007년 여름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이 수술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돼 심장내과가 공동조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자료를 수집하던 중에 송 교수가 사표를 내고 나가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2008년 11월 11일에 "200억 기부 심장수술 명의가 왕따된 까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본 신문은 이 기사에서 송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CARVAR 수술과 관련하여 사고가 잦아 병원과 마찰을 빚어 사표를 낸 것으로 보도하였습니다만, 사실확인결과 송 교수의 사직은 CARVAR 수술의 안정성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위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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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VAR에 대한 논란 

대한흉부외과학회 학술대회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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