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지친 몸, 술담배 좋은 것으로 착각”

윤모(43·서울 수서동·자영업)씨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다. 뒷머리가

지끈거리고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억지로 출근해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머리가

멍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면 조금 괜찮아지는 듯하다. 피로 때문에 삶이 피곤하다고

느낄 지경이다.

윤씨는 최근 TV 뉴스를 보며 동병상련의 동지들을 만난 듯했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

윤영호 박사팀의 최근 조사 결과 국민의 55~57%가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병적 피로감을 느끼는 대한민국은 ‘피로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피로는 얽히고설킨 것이어서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인체의 경고

신호로 출발한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몸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므로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피로는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배 속의 부신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 자동

감지 시스템’이 인체 내 에너지의 저장량과 소모량을 측정해 소모량이 많을 때 ‘주인님,

이제 쉬셔야 합니다’고 보내는 신호다.

피로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격렬한 사랑’을 나눈 뒤나 땀을 흘리고

운동한 뒤 몰려오는 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자신의 몸을 되돌아봐야 한다.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 또는 만성피로증후군이므로 병원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는 결핵·간염·당뇨병·갑상선질환·빈혈암 등 각종 병의 신호일 수 있다.

또 스트레스·불안장애·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도 있다. 물론 약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이 느끼는 만성피로는 생활의 악순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몸은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어 몸이 건강을 위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 정상이지만 어떤 원인

때문에 내부 환경이 교란되면 인체가 해로운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해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담배·술·스트레스·과로의 상호작용이 인체의 경고 시스템을 고장

나게 만드는 주범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과 일산화탄소의 작용에 따라 뇌에 혈액이 덜 공급된다.

흡연이 지속되면 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고 운동을 통해 산소가

적절히 공급되는 상황을 피한다. 흡연자가 술자리에 가면 알코올의 해독을 나쁘다고

인식하지 못해 술을 더 마시고 고주망태가 된다. 또 술을 마실 때에는 중추신경계가

담배를 더 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지만 유해물질을 해독하지는 않는다.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으면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탈출구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일 때 술과 담배를 하면 우리 몸에서 도파민·엔도르핀 등

‘천연마약’이 나오지만 운동을 할 때에도 술·담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천연마약이

생기기 때문에 금단현상을 덜 느끼면서 금연이나 절주에 들어설 수 있다.

운동은 대체로 아침에 하는 것이 좋다. 주말을 산책이나 외출 등으로 가볍게 보낸

뒤 월요일 아침부터 운동에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일에 운동하지 않고 주말에만

몇 시간 운동하는 것은 되레 피로감만 가중시킨다. 과다한 업무 때문에 늘 잠이 부족하다면

우선 근무시간 틈틈이 걷기·스트레칭 등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피로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운동하는 것조차 무리이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한편 많은 사람이 ‘만성피로=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만성피로의 하나지만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루 일하면

하루 이상 자리보전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가 되풀이되는 것으로, 이런 환자는

극히 드물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활동을 많이 하거나 운동

뒤 하루 이상 지속되는 피로 ▶목구멍의 통증 ▶겨드랑이나 턱 밑에 혹이 만져지면서

생기는 통증 ^온몸의 뼈마디 통증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 ‘희소병’을 방치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져 심각한 상황까지 올 수 있으므로

병원에 찾아가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비타민과 아미노산 등을 적절하게

투여하면서 우울증·불안장애·수면장애 등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는 점진적 운동요법과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 등도 만성피로증후군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기사는 중앙선데이 10월 5일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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