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왜 기억 끊어지나요?”

‘주연보다 나은 조연’으로 평가받는 MBC 탤런트 임현식씨(62). 몇 년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새벽녘 고주망태가 돼 귀가했다가 아침에 방송사에 갔더니 주차장에 있을 줄 알았던 승용차가 없었던 것. 밤새 ‘4,5차’를 갔고 대리운전으로 술집을 옮긴 것 같은데….

같이 술 마셨던 동료도 ‘깜깜’하기는 마찬 가지. 그는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일대를 뒤져 다른 방송사 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 임씨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중엔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 곤욕을 치르는 이가 적지 않다. 최근엔 필름이 끊기는 회사원도 늘고 있다. 경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술자리’는 늘었는데 과로와 스트레스로 찌든 몸이 술을 못이기기 때문.

▽필름은 왜 끊길까?〓알코올은 대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때 대뇌 옆부분인 측두엽(側頭葉)의 해마 부위에서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필름 절단 사고’. 의학계에선 알코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기 보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메카니즘에 이상이 생겨 기억이 나지않는 것으로 본다.

필름이 끊길 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술자리의 다른 사람은 필름 절단 사고를 알아채지 못한다. 뇌가 저장된 정보를 꺼내고 사용하는 것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집에는 무사히 갈 수 있다. 또 뇌에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았으므로 최면요법사가 최면을 걸어도 ‘그때’를 기억할 수 없다.

▽블랙아웃〓필름 끊기는 것의 의학용어는 ‘블랙아웃(Blackout). 원래 군사용어로 △전투기 조종사가 전투기를 급상승시킬 때 일시적으로 시각장애가 일어나는 것 △공습에 대비한 등화관제(燈火管制) △전시의 보도관제(報道管制) △본격적인 핵공격에 앞서 적의 미사일기지에 미사일을 쏟아부어 적 방공(防空)체제를 무력화시키는 것 등을 뜻한다.

▽누가 필름이 잘 끊기는가?〓선천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0순위’. 또 술을 자주 마시면 뇌가 술에 취하는 것을 늦게 알기 때문에 만취할 가능성이 높아져 필름이 잘 끊어진다. ‘술꾼’ 중엔 유전적으로 필름이 안 끊기는 사람도 있다.

▽필름이 끊기면 알코올중독?〓필름이 끊긴다고 곧 알코올 중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술을 마실 때마다 필름이 끊겨 가정 직장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데도 계속 술을 마신다면 알코올 중독. 필름이 계속 끊기면 비타민B의 일종인 시아민이 부족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에 걸릴 수 있다.

▽필름이 안 끊기는 묘책은?〓술을 많이 마시면서 필름만 안끊기는 방법은 없다. 적게 마시는 수 밖에 없다. 평소 엽산과 시아민이 풍부한 채소류를 비롯해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욜라의 솔크생물학연구소에선 쥐 실험결과 운동을 하면 해마의 세포들이 자라나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뉴러사이언스’지(誌)에 발표.

◎술꾼 남편 내조법=‘주계부’ 만들어 체크, 절주효과 커

툭하면 비틀비틀. 남편의 술버릇을 잡으려면 양면작전이 필요. 상한 몸을 추스려주면서 되풀이해 알코올중독의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 다음은 서울대병원 정신과에서 권하는 ‘술꾼 남편 내조법’.

▽잘 먹여라〓남편이 취하는 횟수가 잦으면 아침에 △콩나물국 북어국 등 해장국 △야채 △생선 등이 포함된 식단을 마련한다. 만취해 귀가했을 때 뭔가 먹여 재우는 것도 필요.

▽술 사고의 뒤치다꺼리를 하지마라〓남편이 스스로 해결해야 잘못을 깨닫는다.

▽‘주계부(酒計簿)’를 만들어라〓어느 정도의 술을 마셨는지 어떤 상태로 들어왔는지 등을 기록해 거실에 걸어 놓으면 시각적 효과가 크다.

▽적당한 때 얘기하라〓술 마시고 들어왔을 때보다는 주말에 몰아서 차분히 얘기하고 다짐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편지를 보내면 효과가 크다. ‘다짐’이나 ‘편지 답장’은 집안에 붙여놓아라.

▽남편의 친구나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라〓여러 사람이 도와주면 술을 끊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별거할 준비를 하라〓계속 고주망태로 들어오면 집을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경고를 계속 무시하면 실제로 짐을 싸고 최소한 나가는 척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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