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가라!

[이성주의 건강편지]호주 오픈의 새별

정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가라!

<사진 출처 : 호주 오픈 홈페이지>
 
보고 또 보고…, 어제 많은 분들이 정현의 경기 장면과 기사들에 취했습니다. 26일 금요일 오후 5시 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준결승전, 벌써 설렙니다. 많은 테니스 팬들이 “한국 선수가 페더러와 4강전을 벌이는 걸 보게 되다니…,” 흥분하고 있네요.
 
아시다시피 페더러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호주오픈을 다섯 번 우승한 것을 비롯, 메이저 대회에서 19번 우승했지요. 전체로는 무려 95회 우승했습니다. 2004~2007년 237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통산 302주 1위로 둘 다 최장 기록입니다. 통산 상금 1억1189만 달러(약 1195억 원)로 역대 1위이기도 합니다.
 
그는 프로 선수생활 20년 동안 온몸의 부상과 싸워왔습니다. 옹이에 마디라고, 2016년에는 딸들을 목욕시키다가 미끄러진 탓에 무릎시술을 받았지요. 무릎 통증이 도져서 반년을 쉬고 지난해 복귀해서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점령, 현재 37세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선수와 4강전을 벌이는 것만 해도….
 
정현이 테니스 역사의 새 장을 쓸 때, 온라인에서는 악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기 전 가장 많은 악플은 ‘어차피 정현은 1회전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는 강 서버가 덜 통하는 클레이코트이기 때문에 32강에 갈 수 있었을 뿐, 잘 해야 2회전에 오를 것이라는 ‘자칭 전문가의 진단’이었습니다. 게다가 1회전 상대는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앤디 머레이를 꺾은 미샤 즈베레프. 이번엔 1회전도 통과 못할 것이라는 냉소도 있었습니다.
 
정현이 미샤를 꺾고 2회전에서 메드베데프도 꺾자 많은 사람들이 3회전에서 멈출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3회전 상대는 세계 4위의 알렉산더 즈베레프. 198㎝의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210㎞ 강 서버의 소유자죠. 정현이 단식 2회전 다음날 복식 2회전에서 몰도바의 라두 알보트와 호흡을 맞춰 세계 2위의 헨리 콘티넨(핀란드), 존 피어스(호주) 조를 꺾고 16강에 오르자 “복식에 집중하고 즈베레프 전은 포기하라”는 ‘충고’도 있었습니다. 정현은 이들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식 16강 상대는 ‘무결점 플레이어’ 노박 조코비치. 정현이 체력을 위해서 복식은 포기하자, 이번에는 “조코비치는 어차피 못이길 텐데 왜 복식을 포기하냐”는 ‘충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조코비치가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해서 전성기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1회전에서 도날드 영을 완파하고 2회전에서는 프랑스의 ‘괴물’ 가엘 몽피스에게 비록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나머지 세 세트를 가볍게 따냈지요. 32강에서는 스페인의 강자 라모스 비놀라스를 3-0으로 물려쳤고요. 하지만 정현은 자신의 우상 조코비치를 3-0으로 이깁니다.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조코비치가 부상 때문에 졌을 뿐이라는 소리가….
 
정현은 어제 벌어진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했지요. 샌드그렌은 2015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세계 8위의 스탄 바브린카(33), ‘차세대 리더’로 불리는 5위 도미니크 팀(25) 등을 격파했지만 정현의 적수가 되진 못했습니다.
 
우리의 젊은 영웅은 앞을 향해 묵묵히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아냥대는 소리가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꿈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벌충하려는 인숭무레기도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아둔패기의 그런 소리를 흘려버리고 끝까지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금요일 저녁에 정현이 자신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경기 때마다 성숙하고 발전하는 정현, 황제와의 경기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테니스 선수들의 명언

○당신의 삶에서 최고의 일을 한다면 진짜 그것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게는 테니스다. -로저 페더러
○얼굴이 바람에 맞지 않고선 결코 하늘로 날 수 없다. -아서 애쉬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되라. 자신감이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크리스 에버트
○나는 결코 한 경기를 이기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한 점을 얻으려고 생각한다. -피트 샘프라스
○나는 승리하는 게 좋다. 패배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경기하는 것이다. -보리스 베커
○산을 올라가고 있는 늑대는 산 정상에 이미 올라있는 늑대보다 더 굶주려있다. -노박 조코비치
○압박감은 우리가 하는 일의 부분이다. 압박감은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노박 조코비치
○오직 자신을 믿어라. 믿는 척이라도 해라. 그러면 어느 순간 자신을 믿게 될 것이다. -비너스 윌리엄스
○분노는 경기를 더 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드 레이버
○패배는 잊어라. 웃고 날려버려라. 길게 보면 너는 더 즐길 수 있고 더 많이 이길 것이다. -빅 브라덴
○패배에 불명예란 없다. 챔피언은 패배의 수고에서 태어난다. -빌 틸덴
○기회가 위기 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 두렵지 않다. -정현
    

 

오늘의 음악

2015년 오늘은 그리스 가수 데미스 루소스가 천국으로 떠난 날이네요. 그가 이끈 록그룹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명곡 ‘Rain and Tears’ 준비했습니다. 1981년 오늘 태어난 미국 가수 엘리샤 키스의 ‘No One’ 이어집니다.

♫ Rain and Tears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듣기]
♫ No One [엘리샤 키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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