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후 8시간이면 살로… 뺀 살은 어디로?

 

정은지의 만약에(9)

살이 찐다는 것은?

내 것 같은데, 내 것이 아닌 ‘살’… 허락도 없이 내 몸에 과하게 달라붙어 건강을 해치고, 다이어트를 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살입니다. 늘 과식하고 운동은 하지 않는 ‘내 탓’이 태반이니, ‘살’만 구박할 일도 아닙니다. 살은 우리 몸의 이치를 따른 것일 뿐이죠.

살이 찌는 것은 일차적으로 음식 섭취에 의해 일어나죠. 그동안 입증돼온 영양 및 대사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개인에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해 3,500kcal가 추가되면, 체내 지방은 약 0.45kg 늘어납니다. 지금 230kcal정도의 초콜릿바 한 개를 먹었다고 합시다. 이 초콜릿바가 바로 살로 가느냐, 에너지로 쓰이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초콜릿을 먹은 시점에서 총 칼로리 섭취량, 이전의 음식 섭취 종류와 양, 신체활동 여부, 건강상태 등 변수 요인이 많기 때문이죠. 간단히 칼로리 섭취량만 봤을 때, 필요 칼로리 충족이 안 된 상태라면 초콜릿바가 에너지로 쓰일 가능성이 높고, 필요 칼로리를 넘어선 상태라면 지방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요점은 뭘 먹는다고 해서 바로 살이 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잘 알다시피 지방이 쌓이고 쌓여 ‘살’과 ‘살’, 또 ‘살’을 찌웁니다. 그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축적되고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연구진이 밝힌 음식 섭취 후 지방의 이동경로 및 시간을 볼까요?

음식을 먹은 후 장에서는 영양소들의 분해가 시작됩니다. 지방 또한 장에서 미세한 입자로 분해돼 혈류 속에 편입됩니다. 이 혈류 편입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음식 섭취 후 1시간! 그리고 식후 3-4시간이면 허리의 지방 조직에 붙잡혀 세포 속에 저장됩니다. 이렇게 축적된 지방 세포는 일단 근육이 운동을 할 때 에너지원으로 우선 공급됩니다.

과식이 늘 문제

과식을 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등 칼로리 섭취가 많아집니다. 체내에서는 자동적으로 간과 근육을 포함한 에너지 저장소에 처음 1,000kcal 정도를 저장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장된 칼로리가 곧 글리코겐으로 전환되는 것이죠. 글리코겐 칼로리가 에너지로 활용되고 나면, 체내에서는 남아있는 칼로리를 지방세포로 저장합니다. 곧 트리글리세리드라 불리는 중성지방이 되는 것이죠.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남은 지방이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쌓이고 쌓이다 살이 찌게 되는 것이죠. 앞에서 말했듯 지방 3,500kcal가 쌓이면 몸무게 0.45kg이 느는 것입니다. 이 계산으로 계속해서 지방 7,000-8,000kcal가 몸에 쌓인다면 체중 약 1kg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지요.

미국 비만영양학자 데이비드 카츠 박사가 ‘O, 더 오프라 매거진(O, the Oprah Magazine)’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체내에서 칼로리를 에너지로 사용하고 그 나머지를 지방으로 저장하기까지는 음식섭취를 시작한 시점부터 4-8시간이 걸립니다. 만약 음식을 과다 섭취 한 후, 신체활동이 없다면 최대 8시간 안에 지방(살)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8시간 안에 중성지방으로 축적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살이 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단시간에 축적된 중성지방만으로는 몸무게 변화가 미미하죠. 피하 중성지방 축적 과정이 계속 되면, 체중 눈금이 점차 올라가고 비로소 자신이 ‘살이 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지요.

체중계에 오르는 순간, 이제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다이어트는 체내에 필요 이상 축적된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이지요. 쌓인 걸 빼내야죠. 이때 ‘지방을 태운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살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살을 뺀다는 것은 곧 지방을 태워 없앤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살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간 영양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다이어트로 태워지는 지방은 열이나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살이 된 지방은 빠지더라도 열이나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근육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공중으로 후~~사라집니다. 어떻게요? 숨 쉬는 과정에서요. 사실상 대부분의 지방은 숨을 쉬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중 ‘숨 쉴 때’ 지방이 달아난다니 신기하다고요? 살이 빠진다면, 그 살들은 어디로 가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1. “살이 쪘다=지방이 쌓였다”는 의미죠. 에너지로 공급되고 난 나머지 지방은 탄소+수소+산소로 구성된 중성지방이라고 불리는 화합물로 몸에 축적됩니다.

2. “살이 빠진다=중성지방을 대사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식단 조절 및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 중, 지방세포 내에 저장된 탄소가 분리됨으로써 중성지방 대사 현상이 일어납니다.

3. 이 때 중성지방을 대사시키기 위해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분비되어 지방을 분해하고, 이 지방은 ATP(에너지대사 유기화합물), 수분, 이산화탄소로 배출됩니다.

4. “지방을 태우다=호흡으로 날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중성지방은 산소, 수소, 탄소로 구성돼 있는데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와 물의 형태로 바뀝니다. 이에 따라 호흡 시 이산화탄소로 배출되는 중성지방이 84%, 땀, 소변, 대변, 눈물 등 수분으로 나머지 16%가 배출됩니다. 빠진 살은 대부분 공중으로 분해됐다고나 할까요. 호흡을 주관하는 폐가 체중감량 시 지방의 주요배설기관이라는 점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몸무게 감량 시 10kg의 지방덩어리가 이산화탄소와 물로 존재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입니다. 지방 분해 원자들이 몸 밖으로 나가는 경로를 추정하니, 이중 8.4kg이 호흡 시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남아있는 1.6kg는 수분이 되는데 소변, 대변, 땀, 호흡, 눈물 등 체액으로 몸속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지요. 지방이 주로 호흡을 통해 ‘태워진다’ 는 것은 체중감량에 있어 운동이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달리기 1시간이면 40g의 탄소를 배출시킬 수 있는데요. 만약 하루 1만7280번 호흡을 하면 최소 200g의 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잠을 자는 동안(평균 8시간)의 호흡이 3분 1을 차지한다고 하네요.

그러면 매일 숨을 ‘많이 강하게’ 쉬면 지방이 날아가겠네?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알려드립니다. 아니요. 운동 신체활동 시 그 호흡을 통해 지방이 이산화탄소로 변해 날아간다는 것이니, 평소에 숨을 ‘빡세게’ 쉰다고 해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필요한 이상으로 호흡을 하다보면 어지러움증과 심계항진증, 의식 손실을 동반한 과호흡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이어트 시 유산소 운동을 통한 격렬한 호흡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살’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내 몸에 붙었다가 후~하고 바람처럼 떠나가네요.

바야흐로 다이어트 계절입니다. 살이 내 몸에 붙었다 빠져 나가는 ‘살의 여정’을 제대로 이해했길 바랍니다. 지방의 축적 과정과 지방 태우는 과정을 바로 알게 됐다면, 왜 다이어트의 기본이 “덜 먹고 더 움직여라!”인지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칼로리가 초과되지 않게 덜 먹고 호흡에서 지방을 잘 태우도록 더 움직이는 것이야 말로, 몸의 이치에 가장 알맞은 착한 다이어트라는 것이지요.

※ 이 글은 지방이 쌓이는 과정을 밝힌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결과와 지방 태우는 과정을 밝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 연구는 ‘생리학 리뷰(Physiological Reviews)’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각각 발표 됐습니다. 매체로는 영국 BBC, 데일리 메일, 라이브사이언스 등의 보도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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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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